와인이야기

[스크랩] 구름위 그 향의 존재는... / 항공기 내 와인의 세계

glencorn 2007. 11. 27. 12:48
이코노미스트 > 컬쳐&라이프
구름 위 그 향의 존재는…
아시아나 소믈리에 이벤트 열어…싱가포르항공은 5성급 호텔 와인 리스트
항공기 내 와인의 세계

와인 전쟁이 땅에서 하늘로 올라가고 있다. 항공사마다 승객 서비스의 중요한 부분 중 하나로 기내식과 더불어 와인에 각별히 신경을 쓰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퍼스트클래스나 비즈니스클래스 승객의 경우 해외 경험과 와인에 대한 취향이 남달라 항공사에서도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다른 서비스도 마찬가지지만 기내 와인도 아시아나항공과 대한항공을 비롯해 아시아 국적의 항공사들의 명성이 높다.

지난 4월 10일 아시아나항공은 세계적인 와인 전문가들을 초청해 특별한 이벤트를 열었다. 국제 소믈리에 챔피언 등 세계 최고의 와인 ‘고수’들을 모아 라벨을 가린 133종의 고급 와인을 맛보게 한 것. 이른바 블라인드 테이스팅(Blind Tasting)으로 아시아나항공은 이들의 까다로운 입맛을 통과한 와인을 오는 9월부터 기내에 선보일 예정이다.

이번 행사는 2004년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로 선정된 와인들은 오는 7월 고객 시음회를 통해 공개될 예정이다. 주재홍 아시아나항공 서비스담당 부사장은 “승객에게 최고의 서비스를 위해 최고의 전문가들이 선택한 와인을 제공하고 있다”고 이번 행사를 설명했다.

이번 평가에서 누구보다 눈길을 끈 주인공은 선정된 와인이다. 가장 뛰어난 성적을 받은 레드 와인은 프랑스 보르도에서 생산되는 ‘샤토 스미스 오 라피트(Ch. Smith Haut Lafitte) 2002년산’. 이 와인은 보르도 그라브 지역 남쪽의 프삭 레오냥 지역에서 생산된다. 섬세한 삼나무향과 잘 익은 과일향이 특징으로 우아하면서 감미로운 맛이 매력적이다. 입안을 코팅한 듯 부드럽게 감싸는 타닌 또한 인상적이다.

오랜 기간 쇠락의 길을 걷던 스미스 오 라피트는 1990년대 초반 이를 인수한 다니엘과 플로랑스 카티아르 부부의 과감한 투자로 일대 혁신을 맞게 된다. 90년대 중반 이후엔 특급 와인 못지 않은 빼어난 품질을 유지하며 와인 애호가들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다. 오는 9월부터 아시아나 항공기에서 이 와인을 맛볼 수 있다.

메릴린 먼로의 ‘피퍼 하이드직’

현재 아시아나항공에서 선보이고 있는 기내 와인들의 면면도 ‘샤토 스미스 오 라피트’ 못지 않게 화려하다. 대표 주자가 지난 2월 열린 전 세계 항공사 와인경연대회인 ‘천상의 와인(Cellars In The Sky 2006)’에서 일등석 스파클링 와인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한 ‘태팅저(Taittinger) 1996년산’. 1734년에 설립된 태팅저는 그 오래된 역사만큼이나 빼어난 품질로 명성이 높다. 매년 영국에서 개최되는 인터내셔널 와인챌린지(International Wine Challenge)에서 2004, 2005년 연속 금메달을 수상한 선수 중 선수다.

이 대회는 전 세계에서 9000종류 이상의 와인을 모아놓고 벌이는 블라인드 테이스팅에서 최고의 와인을 뽑는 것으로 업계에선 ‘와인 올림픽’이라고 불린다. 다른 샴페인에 비해 샤도네이 품종의 비율이 높아 경쾌하고 우아한 맛이 특징. 여성들이 좋아하는 와인으로 남성들에겐 ‘작업주’로도 명성이 높다.

‘천상의 와인’에서 알코올 강화 와인 부문에서 4위에 오른 블랜디(Blandy)사의 10년산 ‘맘시(Malmsey)’도 눈여겨 볼 만하다. 1811년부터 거의 2세기 동안 와인을 생산해 온 블랜디사는 ‘마데이라(Madeira)’ 와인을 만든 원조로 불린다. 마데이라는 발효 도중 향료식물을 섞어 특이한 맛과 향취를 내는 와인으로 포트(Port) 와인과 더불어 포르투갈을 대표한다.

마데이라는 나폴레옹과의 인연도 남다르다. 1815년 10월 나폴레옹은 영국 연합군과의 워털루 전투에서 대패하고 대서양의 외로운 섬 세인트헬레나로 유배돼 쓸쓸한 여생을 보낸다. 20대에 프랑스 사령관, 30대에 황제가 됐던 그에게 세인트헬레나로의 유배는 씻을 수 없는 치욕이었다. 마데이라섬에 상주하고 있던 영국 영사는 황제에 대한 예우로 나폴레옹이 평소 애호했던 마데이라주를 나폴레옹이 죽을 때까지 제공했다. 코를 자극하는 바닐라향이 인상적으로 건포도와 살구향이 특징이다.

아시아나항공이 일등석과 비즈니스석 전 구간에 서비스 중인 샴페인은 피퍼 하이드직(Piper Heidsieck) 샴페인. 세기의 여배우 메릴린 먼로가 생전 “나는 잠들 때 샤넬 No. 5를 사용하고, 피퍼 하이드직으로 하루를 시작한다”고 말해 와인 애호가들의 입방아에 오른 샴페인. 패션 디자이너인 장 폴 고티에가 자청해 병을 디자인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벼운 과일향이 나며 신선하면서도 우아한 맛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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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항공 일등석에 서비스되는 와인 중 ‘샤토 레오빌 푸아페레(Leoville Poyferre) 1999년산’도 꼭 마셔봐야 할 와인이다. 보르도의 명가 레오빌가(家)의 3형제(레오빌 바르통·레오빌 라스카즈·레오빌 푸아레페) 중 ‘막내’로 보르도 메독 지방의 2등급 레드 와인이다.

대한항공 역시 기내 와인에 있어선 전통의 강호다. ‘천상의 와인 셀러’ 대회에서 비즈니스석에 제공되는 화이트 와인이 1위를 차지하는 등 6개 부문을 휩쓸었다. 대한항공에서 기내 와인을 담당하는 방진식 차장은 “좋은 품질의 와인을 구매하기 위해 3년 전 미리 현지 양조장을 방문해 물량을 확보하는 사전 구매 방식을 이용한다”며 “세계 유수 항공사에서도 우리 와인 리스트를 보고선 감탄을 금치 못한다”고 밝혔다.

3년 전부터 현지 포도밭 구매

지난 대회에서 1위를 차지한 비즈니스석 화이트 와인은 프랑스 알자스 지방에서 피에르 스파(Pierre Sparr)사가 생산하는 ‘게부르츠트라미너 2002년산(Gewurztraminer Mambourg 2002)’. 알프스 자연을 느낄 수 있는 신선한 과일향이 물씬 풍기는 와인이다. 포도 품종 게부르츠트라미너는 그 특유의 스파이시(spicy)한 향으로 한국의 매운 음식과 어울리는 와인으로 손꼽힌다. 대한항공의 자랑인 기내식 비빔밥과 비빔국수와도 잘 어울린다.

‘천상의 셀러’ 대회에서 일등석 레드 와인 부문 2위를 차지한 ‘샤토 라스콤브(Lascombes)’는 대한항공 일등석을 이용할 때 반드시 맛봐야 할 와인 중 하나다. 프랑스 보르도의 마고 지역에서 생산되는 와인으로 보르도 메독의 2등급 와인이다. 바닐라와 잘 익은 과일향이 나며 입안에 들어가면 질감이 비단처럼 부드럽다.

라스콤브는 프랑스가 아닌 해외 자본에 소유권이 넘어간 후 혁신을 통해 그 규모와 명성이 오히려 높아진 대표적 와인이다. 와인 저장고의 휘황찬란한 조명과 현대적인 양조시설을 갖춰 보르도 와인업계의 변화를 대변하기도 한다. 국내에선 권오규 경제부총리가 즐겨 마시는 와인으로 알려져 있다.

대한항공의 미주노선 일등석에 제공되는 샴페인은 ‘돔 페리뇽 1999년산’. 샴페인은 17세기 말 프랑스 샹파뉴의 오빌리에 수도원에서 와인 제조를 담당하던 수도사 돔 페리뇽(Dom Perignon·1639~1715)이 최초로 개발했다.

모험심 가득한 돔 페리뇽은 어느 날 탄산가스로 가득 차 터져버린 와인을 맛보고 놀라며 “형제여, 형제여, 별을 마셨습니다”라고 외친 후 샴페인 제조에 성공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의 이름을 붙인 돔 페리뇽 샴페인은 20세기 전 세계 명사들의 연인이다.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2세의 대관식, 1981년 찰스 왕세자와 다이애나의 결혼식에 공식 샴페인으로 사용돼 화제가 됐다.

▶지난 4월 10일 아시아나항공이 초청한 세계적인 소믈리에들이 여러 와인을 블라인드 테이스티아하고 있다.

싱가포르항공의 와인 리스트

아시아나항공과 대한항공 외에도 아시아 국적의 항공사들의 와인에 관한 명성이 높다. 싱가포르항공 역시 세계 최고 수준의 기내 와인 리스트를 자랑한다. 기내의 경우 일반 평지에 비해 기압이 높고 건조하다. 싱가포르항공의 와인 전문가들은 기내와 동일한 조건을 갖춘 상태에서 와인을 맛본다.

싱가포르항공의 일등석에 제공되는 샴페인은 ‘돔 페리뇽 1999년산’과 함께 ‘크루그 그랑 퀴베 넌빈티지(Krug Grand Cuvee Non-Vintage)’다. 샴페인은 빈티지(포도 수확 연도)가 좋은 해엔 그 해 생산된 포도만을 사용해 ‘빈티지 샴페인’을 만들고, 작황이 평범하다면 최근 몇 년 동안 생산된 포도들을 섞어 ‘넌빈티지(non-vintage)’ 샴페인을 만든다.

크루그 그랑 퀴베는 넌빈티지 샴페인 중에선 세계 최고 수준으로 손꼽힌다. 1843년 설립돼 165년 동안 6대에 걸쳐 크루그가(家)에 의해 생산되고 있는 유서 깊은 샴페인. 좋은 품질을 위해 소량만 생산되기 때문에 가격도 그만큼 비싸다. 그래서 크루그를 즐기는 사람들은 대부분 돈이 아주 많거나 개인적으로 고상한 취미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코코 샤넬, 어니스트 헤밍웨이, 데이비드 베컴, 나오미 캠벨, 엘튼 존, 마돈나 등이 크루그 애호가들로 이들은 크루기스트(Krugist)라고 따로 불린다. 깊은 황금빛 색조에서 과일과 꿀, 토스트의 향이 솔솔 피어나는 샴페인으로 그 풍부한 맛 때문에 눈을 감고 마시면 레드 와인으로 착각할 정도다. 대한항공 유럽 노선 일등석과 캐세이패시픽 일등석에도 공급될 정도로 일등석 샴페인으로 명성이 높다.

싱가포르항공 일등석 레드 와인 리스트는 5성급 호텔의 와인 리스트 못지 않다. 보르도의 2등급 와인이지만 1등급 못지 않은 품질로 ‘수퍼 세컨드(Super Second)’라 불리는 ‘샤토 코스데스투르넬(cos d’estournel) 1999년산’과 ‘샤토 피숑 롱그빌 콩테스 드 라랑드(Pichon Longueville comtess de lalande) 1998년산’이 그 주인공이다.

코스데스투르넬은 보르도의 생테스테프 지역에 위치하지만 보르도 1등급 와인인 ‘샤토 라피트 로실드’의 포도밭과 이웃으로 그 품질이 뛰어나다. 진한 향과 부드러운 질감이 일품. 피숑 롱그빌 역시 보르도에서 샤토 라피트 로실드 다음으로 우아하다는 찬사를 받는 와인이다.

비즈니스석에 제공되는 레드 와인 중 눈여겨볼 만한 것은 보르도 생테스테프에서 생산되는 ‘샤토 보시트(Beausite) 2000년산’이 있다. 하트 모양의 라벨로 밸런타인 데이에 일본에서 불티나게 팔리는 ‘샤토 칼롱 세귀(Calon Segur)’ 바로 옆에 위치한 포도밭에서 생산되는 와인으로, 칼롱 세귀와 비슷한 품질을 자랑한다.

항공사는 자국 와인 홍보대사

항공사들은 와인 업계 최대 VIP다. 루프트한자항공의 경우 지난해 약 420만 병의 세계 각국 와인을 기내에서 서비스했다. 양만 따지면 올림픽 경기용 수영장을 가득 메울 정도. 그래서 세계적인 와인 생산국의 항공사들은 자기 나라의 와인을 전 세계에 알리는 홍보대사 역할을 자청한다.

에어프랑스는 와인의 종주국인 프랑스의 국적 항공사답게 일등석에서 이코노미석까지 전부 프랑스산 와인들로 구성하고 있다. 기내 와인 리스트도 1년을 주기로 두 달마다 바꾼다. 그래서 한 해 일등석에서만 소개되는 와인이 30종류에 달한다. 특히 에어프랑스는 이코노미석까지 샴페인을 제공하는 유일한 항공사다.

샴페인은 프랑스 샹파뉴 지방에서 생산되는 스파클링 와인만을 칭한다. 에어프랑스의 기내 와인들은 아시아 국적 항공사의 와인들처럼 등급이나 명성이 높은 와인보다는 가격 대비 우수한 품질의 와인이 많은 편. 일등석에 들어가는 와인도 그랑크뤼 5등급인 ‘샤토 오바주 리베랄(Haut-Bages Liberal)’부터 ‘피숑 롱그빌 바르통(Pichon Longueville Baron)’의 세컨드 와인인 ‘레 투렐 드 롱그빌(Les Tourelles de Longueville)’ 등 다양한 편이다.

루프트한자는 독일 국적답게 전 세계에 최상급 독일 와인을 알리고 있다. 독일은 세계 최고의 리슬링 산지. 그래서 루프트한자에 타면 리슬링 와인을 꼭 마셔봐야 한다. 현재 루프트한자 일등석에 제공되는 화이트 와인은 리슬링으로 만들어진 ‘하텐하이머 누스브루넨(Hattenheimer Nussbrunnen)’ 와인이다. 가격 대비 높은 품질 와인으로 선정된 것들이다.

비즈니스석에 제공되는 와인은 ‘부르츠부르크 슈타인(Wurzburger Stein)’ 와인이다. 유나이티드 에어라인(UA)은 기내에서 제공되는 모든 커피가 스타벅스인 것처럼 와인 역시 미국산 와인들을 많이 갖추고 있다. 특히 최근 프랑스 고급 와인과 겨뤄도 손색이 없을 정도의 좋은 품질을 유지하고 있는 캘리포니아 지역의 와인들이 많다.

일등석에서 맛볼 수 있는 고급 화이트 와인은 캘리포니아의 나파밸리에서 만들어진 ‘베린저 샤도네이(Beringer Chardonnay) 2004년산’과 소나마 카운티에서 생산된 ‘드라이 크리크 퓨메 블랑(Dry Creek Fume Blanc) 2005년산’이 있다. 일등석 레드 와인으로는 소노마 카운티에서 카베르네 소비뇽으로 만들어진 ‘루이 마르티니(Louis Martini) 2003년산’과 나파밸리에서 카베르네 소비뇽으로 만든 ‘세인트 수페리(St. Supery) 2002년산’이 있다.
손용석 포브스코리아 기자 / 이석호 기자 (soncine@joongang.co.kr / lukoo@joongang.co.kr [884호] 2007.04.16 입력
출처 : 문화 마을
글쓴이 : donho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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